엄마에게 드리는 찬사

17살 큰딸과 연년생 중3아들을 둔 39살 우리 엄마는,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아주 당찬 분으로 요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계십니다. 일본어 공부를 해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거죠. 요즘 4,50대들은 거의 대학을 못 나온 어른들이 많을 겁니다. 물론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2001년 3월, 엄마는 일본어를 배우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영어는 죽어도 못하시겠다던 엄마는 혼자서 일본어 독학을 시작하셨는데, 얼마를 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셨던지 신촌에 있는 일본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셨죠.

보통 다른 아버지들은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며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실 텐데, 우리 엄마가 공부를 결심하신 그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 아빠가 계셨습니다. 아빠는 엄마 공부에 최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작은 녹음기와 카세트 등 공부에 필요한 모든 걸 스스럼없이 대주셨죠. 평소 무뚝뚝한 아빠지만 엄마에 대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일본어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수많은 대학생들 틈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알려 주면서 공부를 하시더니 그 발표에서 많은 칭찬을 들으셨나 봅니다. 그날 우리집은 축제 분위기였죠. 그렇다고 절대 집안 살림을 미루는 법도 없으십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 낮에는 살림하고 밤에는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하셨어요. 공부하는 자식들이 먼저 자는 것이 미안할 만큼 정말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를 시작하고 처음 있었던 시험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답을 거의 못 썼다며 한참을 속상해하셨습니다. 아빠는 20년 만에 처음 보는 시험인데 안 떠는 게 이상한 거라며 다음에 잘 보면 된다고 토닥여 주셨지요.

강인한 엄마가 그때 처음으로 우셨습니다. 엄마의 눈물을 보고 언젠가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눈물은 최선을 다해 실패했을 때와 성공했을 때 흘리는 거라고…. 인생을 고단하게 달려온 주부가 늦은 나이에 자신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 우리 엄마여서가 아니라 세상 누구였더라도 끝없는 찬사를 보냈을 것입니다.


천유란 님 /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