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에 담긴 마음

몇 해 전, 몸이 아파 집에서 누워 지냈는데, 어느 날부턴가 한쪽 엉덩이가
벌개지더니 점점 검어졌다. 하도 누워 있어 혈액순환이 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기 어려웠던 나는 가정간호사 제도를
이용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간호사가 방문해 직접 치료해 주었다.

그렇게 서 간호사를 만났다. 서 간호사는 복스러운 얼굴에 늘 함박꽃 같은
웃음으로 나를 대해 주었다. 하지만 3달여를 치료해도 낫지 않아 결국
수술을 받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간병하러 올라오셨다.
하지만 그 뒤로도 서 간호사는 짬짬이 병실을 찾아와 내 말벗이 되어 주었다.

하루는 병실로 커다란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잘못 배달된 것 같아 받는
사람이 내가 맞는지 몇 번을 묻고, 쪽지라도 있을까 싶어 찾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배달 온 분께 보낸 사람을 물었지만 신분을 밝히지 말랬다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며칠 뒤 서 간호사가 찾아와 “꽃이 참 예쁘네요. 애인이 보냈나 봐요”
하며 웃었다. 나는 얼른 “혹시 서 간호사가 보낸 거 아니에요? 서 간호사
아니면 이런 거 보낼 사람 없는데…” 하며 농담조로 말했는데, 서 간호사가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히고는 서둘러 나가는 것이었다.

어머니께 그 일을 말하자 “어찌나 고마운지 점심 한 끼 하라고 억지로
돈 2만 원을 쥐어 줬는데 저 꽃을 사 보냈나 보다” 하시는 거였다. 그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 정성을 거절만 할 수는 없어 받긴 했는데,
그 마음만 받고는 쓸쓸히 병실에 누워 있는 내게 더 큰 기쁨의 꽃바구니를
안겨 준 것이다.

그녀는 오늘도 그 꽃잎 같은 향기로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겠지.


김송연 님 / 경북 김천시 구성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