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닭을 잡아라 그러나...

한태웅 님

나의 외가댁은 천안 시골마을이다. 내가 어릴 적 초등학교
4학년정도 때 외가댁에 놀러갔었다. 외가댁에는 이미 이모와
이모부 사촌들이 와있어서 방안에서 왁자지껄했다. 신나게 놀고있는데,
외할머니께서 한마디 던지셨다. "애들아! 닭 잡아라!" 우렁찬
외할머니의 말씀에 우리들은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물어 보는 것 같았다. "닭을 잡으라고 우리가????"
그때 아이들 중 제일 나이가 많은 형이 겨우 중1이었다. 하지만
외할머니의 특명이었기에 우리는 닭장으로 가서 닭을 잡아끌고 나왔다.
하지만 그 꼬마들 중 닭을 잡아 본적 있는 아이는 없었다.

그래서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과연 어떻게 해야 닭을 죽일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중 나보다 3살이 어렸던 아이가 말했다.
"옥상에서 떨어뜨려서 죽이자!" 그렇다. 그때당시
우리들은 '닭=날지 못하는 새'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우린 닭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닭을 땅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때론 닭도 날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알지 못했을까.
닭은 훨훨 날아 멀리 멀리 도망을 가버렸다. 닭은 우리들을 보며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메롱~! 나도 약간은 날 수 있지롱"

다행이 어른들께서 닭을 다시 잡아 오셨지만 우리들 모두는 외할머니의
꾸중 아닌 꾸중을 들어야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