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우리 엄마


얼마 전에 저희 집은 다섯 식구에서 네 식구로 줄었습니다. 노환으로
고생하시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
받으시며 자란 우리 엄마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 뒤로
엄마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보기가 많이 어려워졌으니까요. 한 달, 두 달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엄마도 평상심을 찾은 듯 미소를 찾기 시작했고 예전의
밝은 엄마로 돌아오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가 암말기라는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가신 엄마는
울먹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영배야, 이모가… 이모가 죽었어. 이모가 말야.
" 엄마의 흐느낌은 엄마가 받은 충격이 엄청났음을 대신해 주는 듯하였습니다.
저는 어쩔 줄 몰라 그냥 엄마를 꼬옥 안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엄마의 슬픈 얼굴이 보기 싫어 이불을 둘러 쓴 채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영배야, 학교 늦겠다. 일어나야지"라는 예상치 못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비록 엄마 얼굴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지만 기운을 차린 엄마의 모습은 제게 엄청난 위안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밤이면 엄마의 슬픔 가득한 목소리와 눈물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엄마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이면 아빠와 함께 양로원으로 찾아가 외로운 할머니할아버지의
손발이 되어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양로원을
찾아갈 때면 엄마의 큰 마음처럼 두 손 가득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아픔은
성장을 이룩한다고 하였던가요? 감히 저는 엄마의 이런 모습에서 할머니와 이모께
다하지 못했던 사랑을 다른 이에게 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는 이런 우리 엄마의 모습에서 사랑을 배웁니다. 엄마, 저는 엄마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진영배 님 / 부산 수영구 망미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