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시계


나는...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를 왼손 팔목에 차고 다닙니다...
시계 바늘 밑으로,
짙은 초록색 빛을 띄는 금속판을 제외하고는
빛깔도 많이 바래어진 낡은 시계랍니다
게다가 바늘은...시침, 분침, 초침...
어느 것 하나,
움직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간혹,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 몇시죠?" 라며,
현재 시각을 물어오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 시계는...시간을 모르는 바보시계 랍니다... " 라고,

시간 대신 알려주곤 합니다...
.
.
.

+ 하나의 사랑이 비켜간 후에...
나의 세상은, 그 시간을 멈추어 버렸습니다...

-하.얀.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