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

대학 다닐 때 절친했던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다음달에 결혼해.”
‘그래. 네가 드디어 너의 반쪽을 찾았구나.’ 그 친구를 생각하면
‘아버지’란 단어가 자연히 따라 붙는다.

대학 1학년 첫 강의 시간에 잘 알지도 못하는 내게 자신은 아버지 얼굴도
모른다며 자신의 아픔을 서슴없이 말했던 친구. 내가 철없던 고등학교 3년
동안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싫어
서 여기저기 헐뜯고 다닐 동안 그 친구는 집안의 가장이 되어 낮엔 산업체에서
일하고 밤엔 졸음 쫓아 가며 공부했단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 자신이 모은
돈으로 대학에 온 그 친구 앞에서 그 뒤로 난 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친구는 전에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마도 삶이 너무 고달팠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얼굴도 꽤 예뻤던 그 친구는
참 많은 남자들이 따랐음에도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생활에 충실했다.
그리고 졸업 뒤 멀리 안산으로 취업이 돼 올라갔는데, 많이 힘들었는지,
내가 아무리 가자 해도 못 들은 척하던 친구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더니
거기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다. 결혼한다는 얘기에 장난기가 돌아
그 사람 돈 많으냐고 물으니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더라. 돈은 적당히
없어 불편도 알아야 하고, 꼭 필요한 데 써야 한다는
소중함도 알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래 친구야. 이제야 네 사람을 만났구나. 네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난 고민에 빠졌다. 네 결혼식이 토요일인데, 그날
난 직장에 빠질 수가 없는 형편이 되어 버렸어. 정말 속상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네 모습을 꼭 보고 싶은데 말야. 우리 아버지도
벌써부터 너 결혼할 땐 당신이 손 잡고 들어가시겠다고 하셨는데….
친구야, 비록 결혼식에
못 가더라도 내 마음은 내내 네 곁에 있을 거란다. 난 늘 같은
마음으로 너의 친구야.

김영옥 님 /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