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이 넘은 나이에 직장관계로 서울 생활한 지 6개월째다.
처음엔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매주 내려갔는데, 갈수록 횟수가 뜸해지더니
지난 12월엔 두어 달 만에 내려갔다.
부산 가는 기차에서 휴대폰이 진동한다.
“여보 몇 시에 도착해요. 마중 나갈게요.” 택시 타고 간다고 몇 번을
말렸지만 한사코 역까지 나온다던 아내를 생각하니 기차가 더딘 듯만 싶었다.

부산역에 도착해 아내를 향해 손을 흔드니 얼른 달려와서는 부끄러움에
포옹은 못하고 내 민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는다. 부산역 광장을 걷는데
아내가 팔짱을 쏙 끼며 “수영 씨는 요즘 들어 애인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다.
나는 씨익 웃어 주고 가만 생각하니 나도 연애하는 느낌인 것 같다.
십여 년 같이 살면서 좀 여유롭게 멋있게 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개로 만나
서둘러 결혼하고, 애들 어려서는 제대로 외식도 못하고 여태까지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 없이 살아온 부부였다.
그런데 서울, 부산에 떨어져 있으면서

나는 외로움을, 아내는 그리움을 알게 된 것 같다.

지난달에는 아내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둘이 손을 꼭 잡고 경복궁과
인사동 63빌딩 수족관을 구경했다. 아내가 그때 이야기를 하며,
서울역에서 내 배웅을 뒤로하고 기차에 오를 때 왠지 모를
눈물이 나서 한참을 흐느꼈다나. 아내는 나 몰래 서울에
애인을 키우고 있었나 보다. 그러면서 오늘은 서울 애인이 부산에 왔으니
“어디를 구경시켜 줄까요” 하며 방긋웃는다. 연말 젊은이들 속에 묻혀서
영화도 보고,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고 그러고 보니 나도 부산에 숨겨둔
애인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올라오는 날, 개찰하려는 내 손을 놓으며
“보고 싶으면 전화해요. 내가 서울로 갈게요” 하고 속삭인다.

김수영 님 / 부산 남구 우암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