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다 갚을까요?

3년 전 한창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실직하신 아버지는
지난 해 10월 교통사고로 건강마저 나빠지셨습니다. 그러자 생활비라도
벌겠다며 어머니는 불편한 다리를 마치 나무토막 끌 듯하시며
주야로 직장을 다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양치하시는 어머니 입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걸 보았습니다. 괜찮다시는 걸 억지로 어머니의 입안을
들여다보니 잇몸이 다 해진 데다 이가 뽑힌 자리에 새 살이 늦게 돋아
음식물을 씹기조차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형부들하고
식사를 함께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이가 실하지 못해
음식물을 씹다 보면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그런 모습을 형부들에게
보이기가 민망해 가능한 자리를 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눈에 눈물이 고여 어머니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을 것 같아 연고를
가져오겠다며 얼른 다락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리가 덜 돼 있었습니다. 구급함을 찾아 여기저기 뒤지는데,
수저 셋트 하나가 비닐 봉투에 몇 겹이나 고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해 드린 선물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상자 안에는 접시와 주방용품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습니다.
연고를 들고 가 어머니에게 왜 아직 사용 안 하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너 시집갈 때 가지고 가라고. 니 언니 둘 치우고 새로 차곡차곡 준비한 것 아니냐"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더 이상 고인 눈물을 누르지 못하고 옥상에 올라가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주무시는 어머니아버지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고생해 온 세월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느 때는 잊고 살았던 부모님의 얼굴이었습니다. 행여나 잊어버릴까
기억 속에 꼼꼼히 부모님 얼굴 그려 넣었습니다.

윤선미 님 / 대구시 동구 신암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