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닮아간다

딸이 엄마를 닮아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요즘 들어 자꾸만 엄마를
닮아 가는 나를 본다. 그런데 좋은 것들보다는 평소 '우리 엄마는 왜 저러실까,
저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더 많이 닮는 것이다.

한 달쯤 전 엄마는 수술을 하시고 지금 병원에 입원중이다. 그러니 집안일은
당연히 내 몫이 되었다.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너무도 편하게만 살다
집안일을 몽땅 맡고 보니, 정말 여기저기 손을 많이도 필요로 했고, 남다른
지혜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밥을 하고, 집안 청소를 하면서
난 조금씩 엄마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발견하고는 혼자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특히 이름도 알 수 없는 잡탕을 만들어서는 먹는 내내 웃음을 참느라 숟가락을
놓기가 여러 번이었다.

엄마는 종종 된장찌개와 두부찌개를 섞기도 했고, 미역국과 콩나물국을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기도 하셨다. 그럴 때면 난 맛은 둘째로 치고 화부터 냈다. 먹다
남으면 버리지 이런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 주냐고 짜증부터 내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엄마의 그 모습을 닮아 버렸다.
된장찌개나 국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만드는 입장에서 보니 그걸 버리기가
차마 쉽지 않았다. 그러니 남겨 두었다 또 먹게 되고, 다른 요리를 데울 때 함께
넣다 보니 이름도 성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요리들이 탄생한 것이다.

어느 새 내 책임으로 맡겨진 집안일을 한 지가 한 달째. 그 시간 동안
예전에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엄마의 많은 부분들이 저절로 몸에 배어 가고 있다.
한 달 동안 엄마에게는 수술이라는 커다란 고통의 시간이 따랐듯, 내게도 나밖에
몰랐던 나를 바꾸는 귀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안성옥 님 /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