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흰 우유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우리 집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시골로 내려가
살더라도 가족은 함께 모여 살아야 된다는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바로 가기 싫었는지
학교로 찾아왔다. 동생은 제일 좋아하는 종이인형을 손에 들고 웃으며
나를 불렀다. 동생을 그냥 보낼 수 없어 급식으로 받은 우유를 동생에게
먹으라고 주었다. 동생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큰 소리로 잘 먹겠다며
우유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반 개구쟁이 남자애가 어제 비디오에서 본 발차기를
보여준다며 주위 애들에게 자랑을 하더니 말릴 새도 없이 동생의 우유를
발로 차는 것이었다.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동생이 먹고 있던 우유는
동생의 손에 있던 종이인형을 적시며 밑으로 흘러내렸다. 아까운 우유와 함께
어느새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동생도 ‘으앙’ 울음을 터트렸다.
동생은 서러움에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내내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 뒤에도
그 남자애가 너무 미워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날의 흰 우유는 내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 흰 우유,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떤 이에게는 이렇게 아픈 기억을 줄 만큼 귀한 때가 있었다.
어떤 이는 우유 하나로 그렇게 오래 울 만큼 가난한 때도 있었다.


성혜경 님 / 경남 김해시 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