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퇴직금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용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월급을 타면 그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이것저것 살 생각을 했던 거지요. 그리고 며칠 뒤 호프집에서
내일부터 나오라고 연락이 왔지요. 그런데 아빠는
“취업 준비나 하지 무슨 아르바이트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그래서 전 월급 타면 반은 다음 학기 등록금에 보탤 거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난 그런 거 필요없다. 니 대학 등록금은 내가 다 벌 테니까
넌 자격증 따고 공부나 열심히 하면 된다”며 끝까지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전 다음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새벽 3시가 넘어 택시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며 꾸중 들을 생각에 눈 앞이 아득했는데,
아빠는 다행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돌아서 나오려다 아빠 머리맡에 놓인
두툼한 봉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만히 안에 든 걸 꺼내 보니 한
50만원 정도 되는 돈이었습니다. ‘웬 돈?’ 하며 그냥 내려놓으려는데
봉투에 ‘퇴직금’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었습니다.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불편한 다리로 힘든 공장일을 다니던 아빠, 그런데 그
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적은 퇴직금. “빚을 내서라도 너 대학은
꼭 보내 주마. 들어가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던 아빠의
말이 생각나 전 결국 흐느껴 울고 말았습니다. 그때 아빠가 뒤척이셨습니다.
제 소리에 잠이 깨셨나 봅니다.

“언제 왔어? 안 힘들디? 여기 이불 안에 들어와서 몸 좀 녹여라. 내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더니, 녀석도 참…” 하며 아빠는 이불을 끌어서 제 쪽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보셨나 봅니다. “것 봐라. 그
일은 힘들 거라고 했잖아. 주인한테 꾸지람 들은 거냐? 내일은 나가지 말어.
이렇게 맘 고생하고 뭐하러 다니려고.”

못난 딸이 당신의 애달픈 사랑에 흘린 눈물인지도 모르는 아빠는 그렇게 줄줄이
제 걱정만 쏟아 놓으셨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지현주 님 / 부산 영도구 동삼1동